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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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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Ⅰ


왜 우리는 우리의 하잘 것 없는 모방 행위, 남에게서 빌려온 통찰력, 추측일 뿐인 명민함, 보잘것없는 영리함 등에 걸핏하면 '창조' 혹은 '창조성' 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면서 그 말을 그렇게 남용하는 걸까? 우리는 위대한 창조주께서 만드신 그릇들일 뿐이요, 성삼위 하나님께서 만드신 걸작품 가운데 낄 수 있는 귀한 특권을 받은 존재들일 뿐임을 인정하는 게 훨씬 정직한 일 아니겠는가? 위에서 말한 것들은 사실 우리가 독창적으로 생각해내거나 만들어낸 것들이 아니다. 전도서의 설교자가 일깨워 주다시피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아! 진리를 발견하는 큰 기쁨은 이미 해 아래 존재한다! 그리고 아! 우리의 소유가 된 거룩한 창조세계의 한 부분을 우연히 발견할 때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 흐르는 열정은 널리 알려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께 의지하고 하나님을 의뢰하는 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엄청난 독창성을 나타내 보여주려 하시건만, 우리는 왜 자신의 업적 쌓기나 자신의 야망 성취라는 하찮은 일에 매달리느라 우리 인생을 허비하면서 창조주께서 주시는 은사를 덮어 가리는가? 온 우주가 찬미와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명성 쌓기나 남과 구별되기를 추구하고 명예나 소속감을 추구하는가?


자신을 자랑하려 하고 자신을 표출하려 하는 우리의 행위는 창조세계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이들 못지않게 창조 세계를 오염시키는 게 분명하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경이들이 어떻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말로 내 인생에는 우연이란 걸 상상할 수 없다.


10대 시절, 췌장에 홍역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바람에 내 몸의 많은 부분의 건강에도 이상이 왔다. 장기, 근육, 머리카락, 심지어 눈동자 광택의 미묘한 뒤얽힘 ― 나는 이런 뒤얽힘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우리 몸의 각 부분이 기이하게 응집되어 있음을 뚜렷이 확인했다.


20년 후, 한쪽 눈의 출혈과 두 차례의 걸친 수술 실패로 나는 두 눈으로 사물을 밝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경탄할 만한 일인지 깨달았고, 지금은 내 의인이 보여주는 어설픈 시야에 며칠에 한 번씩 실소를 터뜨린다(또는 울부짖는다). 거리 감각이 없으면 나뭇가지에 앉은 갈색 새 한 마리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가?


또 나는 오른쪽에서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왼쪽에서 나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고 킬킬거리며 웃곤 한다. 부분 난청때문에 소리가 나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잘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은 자기 몸에 빌트 인 스테레오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창조주께 감사한 적이 있는가?


발에 감각이 없는 덕분에 걸을 때 비틀거리게 될 때마다 ― 그리고 이따금씩 넘어질 때마다 ― 나는 우리 몸에 신경 조직과 균형 감각이 창조된 것에 대해 경탄할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을진대 고통을 선택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거룩하게 영감 받은 은총인지 모른다.


그리고 발에 감각이 없는 탓에 나는 장애가 있는 한쪽 발에 심한 화상을 입게 되었고, 그래서 지난 두 달 동안 목발에 의지하여 힘겹게 지내왔다(앞으로 한 달 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방으로 걸어 들어가 필요한 책을 꺼내올 수도 없고 서가로 달려가 원고 쓰는 데 참고할 책을 골라잡을 수도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이 느릿느릿 진행될 뿐만 아니라, 온 몸의 체중을 고스란히 지탱해야 했던 나머지 한쪽 다리마저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기괴하게 부어올라 어찌할 바를 모를 만큼 고통스럽다. 창조주께서 우리를 디자인하실 때 두 발로 움직일 수 있고 두 손으로 사물을 조작할 수 있게 하시는 것은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나는 우리 몸의 각 부분이 각각의 기능에 맞게 작동하는 굉장한 순간을 보면서 하나님의 창조가 우연히 또는 아무 생각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부단히 한다. 암에 걸려 화학 치료를 받느라 비참할 정도로 맥 풀리고 활기 없어질 때, 호르몬 주사 한 방으로 내 골수에 활력이 생기고 적혈구를 생산하게 되었을 때 모든 게 얼마나 달라지는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그 호르몬이 지금도 여전히 내 에너지를(그리고 복음) 북돋아 주고 있다. 적혈구가 우리 몸 전체 시스템에 풍성한 에너지를 나눠 준다는 것은 참 놀랄 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 화상을 입은 내 발이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우리 몸의 혈액과 피부가 지닌 치유력에 감탄하고 있다. 상처는 어떻게 그 깊은 환부에서 치유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외부로 작용하여 푸르죽죽 죽은 세포를 밀어내고 새 살로 돋아나올까? 백혈구가 병원균의 침입에 맞서 거칠게 항전할 때 더 많은 혈액을 실어 나르며 그 싸움에 힘을 보태 줘야 한다는 것을 혈관은 어떻게 아는 것일까? 몸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것일까?(물론 몸이 스스로 치유하는 것은 아니다! 성삼위 하나님께서 말씀과 호흡이라는 고유의 창의적인 장치를 통해 우리를 재창조하시는 것이다!)


우리를 지으신 분의 비할 바 없는 독창성의 영광을 드러내 주는 우리 몸의 구조와 정신적 예민함과 감각 기능과 충만한 영혼의 개성 등 이런 기념비적 면면들을 다 열거하자면 (그냥 한 번 해본다고 해도)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자기 내부에 지니고 있는 경이들을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근원되시는 분께서 진정한 창조성으로 우리를 통해 역사하시는 것을 믿는 가운데 우리의 자아를 초월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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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선교 후원 : 토스뱅크 1000-0199-7978 (김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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