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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숨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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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곳곳마다 저자들이 애써 강조하는 사실이 있다.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는 받는 쪽에는 거저지만, 주는 쪽에는 늘 희생이 따른다. 성경 첫머리부터 암시되어 있듯이 하나님도 희생 없이는 용서하실 수 없다. 큰 피해를 당한 사람치고 가해자를 ‘그냥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신이 돈이나 기회나 행복을 강탈당했다면 범인에게 보상을 받아내든지 용서하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용서하려면 손해와 빚을 당신이 부담해야 한다.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이렇듯 모든 용서에는 희생이 따른다.

 

성경의 내러티브마다 이 기본 원리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 놀라울 정도다. 위의 이야기에서도 나아만이 복을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 인내와 사랑으로 고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 인물은 이야기 속에 등장했다가 너무 빨리 사라져 거의 눈에 뜨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 사람이 누구일까? 나아만의 아내가 부리던 여종이다.

 

그녀는 아람의 습격대에 잡혀 왔다. 일가족이 다 포로로 끌려와 팔렸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가족이 그녀의 눈앞에서 살해되었을 수도 있다. 이야기 속의 그녀는 아람의 사회구조에서 가장 밑바닥 인생이다. 인종적으로 외부인이고 종이고 여자인 데다 아직 어렸다. 아마 12-14세쯤 되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완전히 결딴난 인생이었다. 그게 누구 때문이던가? 군 최고사령관이자 육군 수장인 나아만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원수가 나병에 걸렸음을 알고 어떻게 반응했던가?

 

정상을 동경하던 사람이 사다리의 맨 아래 칸에 떨어지면 대개 냉소와 원한에 사무치게 된다. 어떻게든 주변에서 누군가를 찾아내 자신의 실패를 그의 탓으로 돌린다. 복수하는 공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어린 여종은 그런 덫에 빠지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던가? “나병이라니, 거참 고소하다! 오늘 손가락이 하나 더 떨어져 나갔군! 내 그의 무덤에서 춤을 추리라!” 천만의 말이다.

 

그녀가 한 말을 보라. “우리 주인이 선지자 앞에 계셨으면 좋겠나이다”(왕하5:3). 말 속에 연민과 관심이 묻어난다. 정말 아픔을 덜어 주고 그를 살려 내고 싶었음에 들림없다. 그렇지 않고는 그에게 선지자를 소개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 보라. 이제 나아만은 이 여종의 손에 달려 있다. 그녀는 그를 살릴 방도를 알고 있으며, 가만히만 있으면 그를 비참한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죗값을 치르게 그냥 둘 수도 있었다. 그의 손에 당한 만큼 그에게도 대가를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가 먼저 모욕했으니 이제 그녀쪽에서 모욕으로 갚아 줄 차례였다.

 

그러나 여종은 그러지 않았다. 성경의 숨은 영웅인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덜겠다고 그를 응징하지 않았다. 그녀가 취한 행동은 바로 성경 전체에 걸쳐 우리에게 명해진 일이다. 그녀는 복수를 꾀하지 않고 만인의 재판장이신 하나님께 맡겼다. 상대를 용서하고 기꺼이 치유와 구원의 통로가 되어 주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자신의 고통을 인내로 감당했다. 영국의 설교자 딕 루카스는 이 여종에 대해 “그녀는 대가를 치르고 쓰임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하나님이 자신의 희생을 얼마나 쓰실지 모르는 채로 고난을 감수하며 용서를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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